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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토마토 항암 효과,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2007-08-03 조회수 505

토마토 항암 효과,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인터뷰] 원자력의학원 병리과 김민석 과장







토마토는 암 예방 효과가 뛰어난 건강 과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대한암예방학회가 출간한 '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 54가지'에도 포함됐고, 이른바 '항암 식품'을 거론할 때마다 자주 꼽히는 단골 과일이다. 관련보도도 당연히 많았다.



지난 6월 15일자 SBS 뉴스 보도도 그 중 한 예다. 당시 SBS는 "토마토 붉은 색 성분인 라이코펜은 노화 원인인 활성 산소를 억제하고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면서 "유방암 억제 효과가 커서 토마토 섭취가 생활화된 이탈리아 여성들이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 발병 확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며 미국 국립 암연구소 연구 결과를 인용 보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익히 알려진 상식을 흔드는 보도가 지난 달 13일 방송됐다. SBS가 <8시 뉴스>를 통해 '토마토, 항암 효과 거의 없다'는 제목으로 "식품안전청, FDA 연구 결과를 인용해 토마토의 라이코펜 성분이 암 예방에 거의 효과가 없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한 것이다. 한 달도 되지 않아 완전히 상반된 내용의 보도가 나온 셈이다.





토마토 항암 효과, 서로 다른 보도... 논란조차 안돼

당시 SBS는 미국 ABC 인터넷판 보도를 인용하여 "암 예방 효과와 관련해 토마토가 폐암·결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하면서 단지 "토마토가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디에도 '논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단지 미국 FDA 발표만 있을 뿐, 그와 상반된 입장 또는 국내 전문가의 의견은 단 몇 초도 볼 수 없었다.



원자력의학원 병리과 김민석 과장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 FDA의 경우에는 건강보조식품의 표지에 어떤 광고를 쓰기 위해서는 명백한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를 읽어 본 바에 의하면, 이 중 토마토 추출물인 라이코펜의 경우에는 그 동안의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암예방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토마토나 토마토 소스에 대한 연구도 같이 검토를 했습니다. 검토 결과 전립선암·위암·췌장암·난소암에 대해서는 예방효과가 있다는 논문도 있고, 없다는 논문도 있기 때문에 추후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입니다.




결론적으로 토마토를 직접 섭취하는 것은 암예방의 가능성이 있고, 라이코펜 추출물은 예방 효과가 없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김 과장은 "제목이 선정적"이라는 견해도 덧붙였다. 올해 초 MBC의 이른바 '콩 보도'를 연상케 하는 보도(상자 기사 참조)였던 셈이다.





어제까지 삼겹살 먹던 사람이 현미밥에 과일만... 왜?



- 병리과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부터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 연구만 하는 곳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종합병원 경우는 그렇지 않아요. 비록 직접 환자 얼굴을 대하지 않지만, 진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죠.



암을 예로 들면, MRI나 CT나 여러 기계를 이용하여 검사를 하게 마련인데, 이 때 암 세포 유무를 찾는 것이 병리과입니다. 따라서 암을 확진하려면 반드시 병리과를 거쳐야죠. 또 수술로 떼어낸 암 조직이 다시 병리과로 오거든요? 이 때 다시 1기부터 4기 중에 어느 스테이지(진행 정도 분류)에 해당하는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병리과 몫입니다."



김민석 과장은 인턴·전공의를 거쳐 2002년부터 원자력의학원 병리과에서 근무했다. 그동안 그는 같은 병원에 있는 정형외과 전대근 과장과 함께 '알고 치료합시다'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150여 가지의 건강식품·생약·대체의학 제품·식이요법 등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적혀 있다. 사실에 기초한 정보를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한다.



- 과학적 증명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인지, 건강 식품의 암 예방 또는 치료 효과에 대해 다소 인색한 것 같더군요.

"맞습니다. 물론 이유가 있죠. 언론에 소개되는 항암 식품들, 대부분이 면역 기능을 높이는 것들입니다. 다시 말해 예방 효과가 큰 것들이죠. 면역 기능이라는 게 일시적으로는 높아질지 몰라도, 그 면역력이 계속 지속된다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또 이미 생긴 암에 대해 면역력을 높인다는 것이 항암 치료 과정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암 환자가 되면 갑자기 식단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어제까지 삼겹살 잘 먹던 사람이 갑자기 현미밥에 과일만 찾아요. (예방과 치료가) 거꾸로 가는 겁니다. 그래서 항암 치료나 수술을 잘 견디지 못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아요. 그 점이 안타까워 책을 쓰게 됐습니다. 치료 기간에는 적당한 영양 공급이 필수입니다. 항암 치료 원칙은 항암제를 견딜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쓰는 거예요. 전쟁이죠. 그럼 경찰이 싸워야겠어요? 군인이 싸워야죠."



일반적으로 '항암 식품'으로 알려진 상황버섯도 김 과장에 따르면 '경찰'에 해당된다. "상황 버섯이 생산하는 다당류가 인체내의 면역 기능을 강화시켜주므로 몸에 좋은 식이요법이라 할 수 있지만 암 치료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 그럼 의학계에서 치료 효과가 검증된 사례는 무엇이 있습니까.

"미슬토란 것이 있습니다. 유럽 지역 등 나무에 자생하는 겨우살이 나뭇잎인데요. 독일 등 유럽에서는 치료 과정에 함께 씁니다. 전반적으로 암의 부작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냥 먹으면 위험하구요, 미슬토 추출물을 주사로 맞죠."



이렇듯 생약이나 건강식품의 치료 효과에 '인색'한 이유는 김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의학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일차적으로 치료 효과가 검증돼야 하고, 이차적으로는 치료 과정에서 혼용에 따르는 부작용 역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부작용이 없으면 약효도 없다고 보면 돼요. 부작용과 약효는 함께 따라다니는 것이거든요. 따라서 A·B라는 약을 함께 쓰면, 효과만 두 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도 더해지는 거예요. 또 건강한 사람이 먹으면 견딜 수 있는 부작용이라도, 환자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해질 수 있구요. 그래서 치료 과정에 검증되지 않은 약 성분을 투여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항암 효과, 예방과 치료 구분해서 보도해야"



오히려 치료 효과가 검증된 건강 식품의 경우는 '혼용'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 된다. 예방과 치료를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언론의 몫이기도 하다.



- 말씀을 듣다보니, 언론에서 많이 쓰는 '항암 효과'란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군요. 예방 효과가 있는 건지, 치료 효과가 있는 건지, 저도 구분해서 쓰지 않거든요.

"큰 문제죠. 항암이란 말 자체가 이미 암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거잖아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마치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기 쉬워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의학계에서 치료 효과가 검증된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바꿔 말하면 언론에서 소개되는 건강 식품 대다수는 암 예방과 관련된 것들이라는 거죠."



- 의학 관련 보도를 보면 어떻습니까.

"의학 관련 기사 보면 느낌이 대부분 황당하다는 겁니다. 연구자 한 쪽 얘기만 듣고 싣는 경우가 참 많아요. 그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잖습니까. 물어볼 곳도 얼마나 많아요. 그런데 자문 한번 거치지 않고, 무조건 내는 경우가 참 많아요. 무조건 사실로 아는 모양이죠?(웃음)



특종 때문이겠죠? 그런데 환자들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빨리빨리'가 더 중요한 모양이예요. 환자나 그 가족들이 겪을 고통, 그로 인한 상처가 얼마나 클 지 생각한다면 나올 수 없는 보도죠. 그런 보도 한 번 나오고 나면, 후유증이 또 얼마나 커요. 콩도 그래요.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환자 입장에서는 꺼림칙하게 여겨지기 마련이거든요."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옛날에 우리 조상들이 암에 잘 걸리지 않았던 이유가 뭐겠어요? 초근목피였잖아요. 그래서 암에 안 걸렸던 것이죠. 헌데 지금은 얼마나 먹을 것이 많습니까. 좋은 것을 먹으려는 것보다 나쁜 것을 피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봐요. 암 예방을 위해서는 초근목피, 치료 과정에는 잘 먹고, 항암 치료가 끝나면 다시 초근목피, 이걸 강조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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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들은 콩 식품 먹으면 안 된다고?

국내 전문가 의견 없이 '달랑' 외신만...



외신이 '정답'은 아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사태와 관련한 거듭된 오보를 통해 새삼 확인하게 되는 '사실'이다. 외신을 국내 언론이 제대로 걸러 내지 못했을 때의 부작용 또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신중하지 못한 보도 탓에 피랍자 가족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외신 비중이 적지 않은 이른바 '건강 뉴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름부터 생소한 외국 대학 연구 결과가 보도되고 포털에 전송된다. 질병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환자나 그 가족들과 직결된 보도인데도, 국내 전문가 의견 단 한 줄 없이 '정답'처럼 보도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같은 보도 행태에 영향력이 막강한 TV까지 가세하면, 부작용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올해 초 MBC의 이른바 '콩 보도'가 대표적인 예다. "콩이 들어간 음식은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암환자들은 콩 식품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외신을 접한 어느 환자는 원자력의학원 유방암 환자 모임인 '새빛회' 홈페이지에 당시 다음과 같은 호소를 남겼다.



"호주 암협회에서 유방암·전립선암 환자에게 콩 식품은 오히려 종양을 키울 수 있으니 섭취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콩이 유방암 예방과 치료에 비교적 유용하다고 들어서 어떡하든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정보에 접하고 보니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일반적으로 암 환자가 집에서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 '식단'이다. 특히 대표적인 건강 식품 중 하나로 알려진 '콩'을 애용하는 경우가 많다. 헌데 '약'으로 먹었는데, '독'이었다니…. 환자나 가족들이 받았을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원자력의학원 병리과 김민석 과장(37세)은 당시 "황당했다"고 말한다. 그의 심정은 당시 환우회 모임 홈페이지에 김 과장이 올린 답글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아직 '콩'을 꺼림칙하게 여길 환자들을 위해 김 과장의 글을 옮긴다.



"우선 호주 사람들은 콩을 많이 먹지는 않습니다. 콩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주로 콩 추출물을 많이 먹거든요.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추출물은 되도록 안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특정 성분이 몸에 많이 들어가서 좋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콩에 식물성 여성호르몬 성분이 있어서 유방암에 혹시 나쁜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은 예전부터 제기됐습니다. 콩에 있는 식물성 여성호르몬인 제니스타인은 유방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콩은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콩 말고 다른 음식에 들어 있는 식물성 여성 호르몬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된 것이 없기 때문에 많이 드실 때는 좀 생각을 해보셔야 하구요.



저의 답변은 안심하고 많이 드시라는 것입니다. 콩을 추출물로 먹었을 때, 타목시펜 치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내용을 과장해서 보도한 언론에 큰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기사를 보고 놀라신 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의학에 관련된 기사들을 살펴보면 사실 관계를 잘 따져보지 않고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은 무조건 기사화하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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