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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국민일보] 증세 속단 치료포기는 금물… 난치암도 기적을 낳는다-정형외과 전대근

2015-12-21 조회수 1726 언론보도 보기


골연부종양 전문의로서 지난 20여 년 간 암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되어 찾아와 완치나 정상적인 생활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환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성탄절을 앞두고 한껏 들뜬 이맘때면 특별히 생각나는 환자가 있다.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대퇴부의 연부육종 진단을 받았으나, 더 이상 치료방법을 찾을 수 없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본원을 찾아왔다. 연부육종은 뼈와 피부를 제외한 장기, 지방, 근육, 신경, 인대, 혈관, 림프관 등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50대 초반의 이 여성 환자는 왼쪽 넓적다리 뒤쪽에 생긴 가로 18cm, 세로 33cm, 깊이 15cm의 거대 종양으로 타 병원에서 골반뼈와 넓적다리뼈가 만나는 고관절 부위의 절단이 불가피 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환자는 다리 절단만은 피하고 싶어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종양의 크기는 오히려 커졌고 극심한 부작용으로 항암치료를 중단한 상태였다.

진찰 당시 종양은 이미 넓적다리 뒷부분의 피부를 뚫고 나오기 시작했고 환자는 휠체어에 간신히 의지한 채 터져 나오는 혹만 좀 빼 주고 일 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였다. 그러나 다리에 엄청난 혹을 달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환자의 눈물어린 호소를 외면할 수 없었다.

환자는 종양이 너무 커서 수술 중 출혈로 사망할 수도 있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우선 종양만 제거해도 환자의 고통을 일부 덜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3시간에 걸쳐 종양을 제거하였다. 다행히 발로 가는 신경도 살릴 수 있었다. 수술 후 환자는 거대 종양으로 인한 모든 통증이 사라졌고, 넓적다리 뒷부분의 근육이 전혀 없는데도 잘 걸었다.

환자는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 6개월 이내에 수술부위의 재발과 폐전이가 예상됐다. 과연 환자는 수술 1년 후 넓적다리 뒷부분에 1cm 크기의 종양 한 개와 2년 후 폐에 0.5cm 크기의 종양 두 개가 발견됐지만 치료를 했고,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재발없이 건강하다.

환자는 인생의 후반이 시작되는 50대 초반에 한 쪽 다리를 절단해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기에, 한 걸음 뗄 때마다 그 기쁨을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도 환자는 정기검진으로 진료실을 방문하면 국내외 여행을 다니면서 구입한 특산품을 선물로 건네곤 하는데, 나는 이미 기적이라는 큰 선물을 받은 터이다.

의료진은 제한된 의학상식으로 병의 경과를 속단해 치료를 포기하면 안 되며,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모든 치료법 시도에 주저함이 없어야한다.

전대근 원자력병원 골연부종양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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